• 자세히 보기

    일본을 대표하는 정신적 상징을 떠올리면 일본인들이 성산으로 여기는 후지산을 빼놓을 수 없다. 완벽한 형태의 이 화산은 수많은 사람에게 일본을 대표하는 풍경일 뿐만 아니라, 나 역시 일본 여행을 생각할 때마다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처음 일본을 여행했던 때를 돌이켜 보면, 당시 장거리 버스를 타고 산길을 달리고 있었다. 차 안이 고요하던 순간 버스가 모퉁이를 돌자, 차창 밖으로 새하얀 눈에 덮인 거대한 후지산이 아무런 예고도 없이 웅장한 모습으로 눈앞에 나타났다. 그때부터 일본을 방문할 기회가 생길 때마다 후지산을 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면, 꼭 조용한 장소를 찾아 가만히 멈춰 서서 감상하곤 했다.

    이번 일본 여행은 오직 후지산을 보기 위해 떠난 순례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전설처럼 들었던 새벽의 역후지와 아카후지를 직접 보기 위해 일부러 가와구치호 호숫가에 숙소를 잡고, 날이 밝기도 전에 어둠을 헤치며 일어나 출발했다. 이른 아침 호수는 물결 하나 없이 잔잔했고, 주변은 깊이 빠져들 만큼 고요했다. 하늘이 서서히 밝아지고 빛과 그림자가 변하면서 완벽하고 선명한 역후지의 반영이 수면 위에 나타나 넋을 잃고 바라보게 했다. 그런데 곧이어 꿈같은 아카후지까지 보너스처럼 아침 햇살 속에 모습을 드러냈다.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에 마음속으로 탄성을 지를 수밖에 없었고, 모든 것이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그렇게 잔디밭 옆 바위에 조용히 앉아 새벽빛 속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성산의 모습을 욕심껏 바라보았다. 하지만 여행에는 늘 예상치 못한 작은 일이 생기는 법이다. 아름다운 풍경을 다 감상하고 떠나려던 순간에야 조금 전 풀숲 근처에서 나도 모르게 벌레에 물렸다는 걸 알게 됐다. 발목이 부어 원래 신던 신발조차 거의 들어가지 않을 정도였다. 어쩔 수 없이 급히 일정을 바꾸고 여기저기 약국을 찾아다니며 약을 사야 했지만, 그 순간 아카후지를 직접 본 엄청난 행운을 떠올리면 이 작은 사고마저도 여행 중 잊지 못할 에피소드가 되었다. 가득한 감동과 가슴을 쓸어내린 추억을 안고 무사히 대만으로 돌아왔다.

一個漸漸喜歡上慢旅的人님의 다른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