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의 식문화와 함께 발전·진화를 이룬 ‘식칼’
와쇼쿠 문화를 지탱하며, 뛰어난 품질로 세계의 주목도 받는 일본의 식칼.
매일같이 사용하는 친숙한 조리 도구인 식칼은 일본 문화의 영향을 짙게 받으며 형태를 바꿔 왔다.
이 기사에서는 일본과 식칼의 관계를 역사와 함께 돌아보고, 기원·소재·용도의 변천을 중심으로 이름의 유래와 종류도 함께 설명한다.
일본 브랜드 식칼도 소개하므로 구매를 검토하는 사람에게도 참고가 될 것이다.
끝까지 읽으면 식칼에 대한 이해와 흥미가 깊어지는 것은 물론, 새로운 시각에서 식칼을 생각해 보는 계기로도 추천할 만하다.
식칼의 유래
식칼이라는 명칭의 유래는 중국에서 왔으며, 주로 아래 두 가지 설이 전해진다.
1. 요리사가 쓰는 도구에서 유래
식칼은 원래 ‘포정’이라고 표기하며, 한어로 ‘포=조리장’·‘정=포에서 일하는 남성’을 뜻한다.
이 말이 변해 일본에서는 요리사를 가리키게 되었고, 포정(요리사)이 쓰는 도구를 ‘포정도’라고 부르게 되었다.
점차 ‘도’가 생략되며 ‘포정’이 요리에 쓰는 칼의 총칭으로 자리 잡았다.
2. 전설의 요리사 이름에서 유래
중국의 서적 ‘장자’에는 전설의 요리사 포정이 등장한다.
당시의 국왕 혜왕을 감탄하게 할 정도의 칼 솜씨를 보여 준 포정이 애용하던 조리칼을 ‘포정도’라고 부르게 되었다.
이 이야기가 일본에 전해지면서 일본어로 ‘호초’라는 말이 탄생해 퍼져 나갔다.
식칼은 일본 특유의 호칭
상용한자가 제정된 이후에는 ‘포’ 대신 ‘포장할 포’의 글자가 일반적으로 쓰이고 있다.
또한 중국에서는 조리칼을 ‘차이다오’라고 부르기 때문에, ‘호초’는 일본 특유의 명칭이다.

식칼의 역사
식칼의 역사는 시대·문화의 영향을 짙게 받아 왔다.
재질·용도·종류 등 시대마다 가장 적합한 식칼의 개발과 개량이 거듭되며 오늘날까지 일본인의 식생활을 지탱해 왔다.
현재는 무수히 많은 식칼이 존재하지만, 긴 역사 속에서 어떻게 변천해 왔는지 핵심만 추려 소개하고자 한다.
식칼의 기원
인류 최초의 식칼은 구석기 시대(기원전 약 3만8000년~기원전 약 1만60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돌을 깨서 가공한 ‘타제석기’가 기원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 후 돌을 갈아 날을 만든 ‘마제석기’가 생겨나 한동안 돌 칼로 진화를 이어 갔다.
고훈 시대(300년~600년경)가 되면 석기와 함께 철기도 사용되기 시작하지만, 당시 철은 귀한 원료였기 때문에 주로 도검이나 병기 제작에 쓰였다.
즉, 조리용 칼날의 역사는 제철 기술의 발전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식칼
소모품인 식칼은 오래된 것이 남아 있지 않아 철제 식칼이 쓰이기 시작한 시기는 분명하지 않다.
현존하는 일본 최고(最古)의 것은 ‘쇼소인’에 보관된 10자루의 식칼로, 나라 시대(710년~794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식칼들은 전체 길이가 긴 손잡이에 가느다란 칼날이 약간 휘어 있어, 마치 일본도와 같은 형태를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일본도형 식칼은 주로 생선용으로 나라 시대부터 에도 시대(1603년~1868년) 중기까지 사용되었다.

새로운 식칼 문화의 탄생
헤이안 시대(794년~1185년)에는 새로운 식칼 문화가 두 가지 탄생한다.
첫 번째는 식재료마다 식칼을 구분해 쓰는 문화의 탄생이다.
한반도를 거쳐 중국 요리가 전해지면서 궁중에서는 식재료의 단면과 담음새의 아름다움이 요구되었다.
그 결과 요리사에게는 다양한 종류의 식칼이 지급되었고, 조리 도구로서의 성격이 강해졌다.
두 번째는 헤이안 초기(860년경)에 의식용 식칼이 탄생한 것이다.
생선이나 닭 등을 다루는 식칼 솜씨에 관심이 모이기 시작했고, 식칼을 사용하는 의식이 생겨나자 요리를 좋아한 고코 천황이 이를 궁중 행사로 받아들였다.
이 의식은 ‘호초시키’라고 불리며, 오른손에 식칼, 왼손에 마나바시(긴 젓가락)를 들고 직접 손을 대지 않은 채 여러 식재료를 아름답게 썰어 나갔다.
점차 무사들 사이에서도 ‘호초시키’가 행해지며 다양한 유파로 나뉘었고, 일부 유파는 지금도 신사 등에서 이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역사를 이어 온 와보초
‘와보초’는 에도 시대 중기부터 후기에 걸쳐 더욱 발전했다.
이 무렵에는 일본의 식문화 발달이 두드러졌고, ‘호초시(고기·생선을 자름)’나 ‘갓코시(채소를 자름)’ 같은 전문 요리인도 등장했다.
식칼도 식재료·조리법에 따라 세분화되며 전용 식칼이 잇달아 늘어났다.
구체적으로는 아래에서 소개할 ‘나키리 식칼’·‘데바 식칼’·‘사시미 식칼’ 등을 들 수 있다.
메이지 시대(1868년~1912년)에 들어서면 서양 요리용 식칼도 만들어졌지만, 이번에는 목적에 따른 구분 사용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 결과 여러 특성을 함께 갖춘 ‘분카 식칼’이 탄생했고, 현재 일본 가정에서 사용되는 일반적인 식칼이 되었다.

와보초의 종류
식칼은 크게 ‘와보초’와 ‘요보초’ 두 가지로 나뉜다.
각각의 차이와 특징을 아래 표에 정리했다.
| 분류 | 와보초 | 요보초 |
|---|---|---|
| 요리 대상 | 일본 요리(생선·채소 등) | 서양 요리(육류 등) |
| 칼날 | 외날(좌우 비대칭) | 양날(좌우 대칭) |
| 손잡이 | 꽂이식 손잡이(칼 교체 가능) | 리벳 방식(칼날과 손잡이가 일체형) |
| 특징 | 칼날이 없는 방향으로 힘이 전달됨/섬세한 칼집과 정교한 작업에 강함/오른손잡이·왼손잡이용 식칼이 있음 | 힘이 직선적으로 전달됨/식재료를 균일하게 자르고 다지는 데 강함/일본의 일반 가정에서 사용됨 |
| 대표적인 식칼 | 데바 식칼/사시미 식칼/나키리 식칼/후나유키 식칼 | 규토 식칼/산토쿠 식칼/페티나이프/빵칼 |
여기서는 대표 예시에 적은 ‘와보초’에 대해 설명한다.
이 밖에도 다양한 종류의 식칼이 있으며, 용도와 식재료에 맞춰 구분해 사용한다.
데바 식칼
‘데바 식칼’은 주로 생선을 손질하는(세 장 뜨기·살 발라내기·뼈 처리 등) 용도로 사용된다.
원래는 생선용이었지만, 현대에는 고기를 자를 때 사용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대상(식재료)에 따라 길고 짧은 다양한 칼날 길이 중에서 골라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칼날 길이가 15cm 전후이면 여러 가지 생선을 손질할 수 있다
다른 식칼과 비교하면 무게감이 있고 칼몸이 두꺼운 것이 ‘데바 식칼’의 특징이며, 칼끝 각도가 둔각이어서 식재료에 손상을 주지 않고 자를 수 있다.

사시미 식칼
‘사시미 식칼’은 주로 생선회용 생선과 해산물을 얇게 썰어 사시미나 토막 생선으로 만드는 용도로 사용된다.
간토에서는 ‘타코히키 식칼’, 간사이에서는 ‘야나기바 식칼’이라는 호칭과 구분도 있다.
끝부분의 칼끝이 날카롭게 만들어져 있으며, 가늘고 긴(25cm 전후) 칼날 길이와 좁은 칼폭이 특징이다.
한 방향으로 당겨 썰 수 있기 때문에 신선함을 유지한 상태로 아름다운 단면과 좋은 식감을 낼 수 있다.

나키리 식칼
‘나키리 식칼’은 채소 전용 식칼로, 주로 자르기·다지기·껍질 벗기기 용도로 사용된다.
‘와보초’ 가운데서는 드물게 양날이며, 한때는 일반 가정에도 널리 보급되어 있었다.
칼날이 얇고 넓으며, 끝부분이 간토에서는 사각형, 간사이에서는 둥근 것이 특징이다.
식재료에 칼날이 잘 들어가기 때문에 배추나 양배추 같은 큰 채소도 깔끔하게 자를 수 있다.
반면 고기·생선 조리나 세밀한 작업에는 적합하지 않다.

후나유키 식칼
‘후나유키 식칼’은 어부가 배 위에서 조리하기 위해 사용한 것이 시작으로, 생선 손질부터 사시미까지 다양한 용도로 활약하고 있다.
칼날 두께가 ‘데바 식칼’과 ‘사시미 식칼’의 중간 정도여서 각각의 역할을 해낼 수 있는 다용도성이 특징이다.
한 자루로 고기·채소도 손질할 수 있는 편리함도 갖추고 있어, 최근에는 가정에서도 애용되고 있다.

와보초의 유명 브랜드
지금부터는 ‘와보초’의 유명 브랜드 5가지를 소개한다.
모두 일본의 3대 칼 생산지로 알려진 기후현 세키시·오사카부 사카이시·니가타현 쓰바메산조시에서 제조하고 있다.
대장장이 전통에 최신 기술을 도입한 노포 기업의 끊임없는 노력과, 독자적인 노하우를 지닌 장인들의 기술로 뛰어난 절삭력과 내구성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일본이 세계에 자랑하는 톱 브랜드는 해외 평가도 높아 요리사를 비롯한 다양한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1. 세키노마고로쿠
‘세키노마고로쿠’는 가마쿠라 시대(1185년~1333년)에 미노국(현재의 기후현 세키시)에서 시작된 일본도 제작 장인 ‘세키 대장장이’에 기원을 두고 있다.
전란의 한가운데였던 무로마치 시대(1336년~1573년) 후기, 세키 대장장이들은 수요에 맞춰 실용성이 뛰어난 칼을 생산해 갔다.
그 과정에서 2대 마고로쿠 가네모토가 ‘부러지지 않고, 휘지 않으며, 잘 든다’로 이름난 일본도(통칭: 세키노마고로쿠)를 세상에 내놓는다.
수많은 무장에게 사랑받은 세키노마고로쿠는 독특한 ‘삼본삼나무’ 칼무늬와 아름다운 조형이 특징으로, 세계적으로도 평가받고 있다.
이 전통의 기술과 뜻을 이어받고 최첨단 기술을 융합해 만든 식칼이 가이지루시 주식회사의 브랜드 ‘세키노마고로쿠’다.
가정용 국내 톱셰어를 자랑하는 이 브랜드의 식칼은 예술성을 느끼게 하는 아름다운 외관과 식재료의 맛을 돋우는 선명한 절삭감이 큰 특징이다.

2. 도지로
‘도지로’는 니가타현 쓰바메산조시에 있는 도지로 주식회사의 브랜드다.
1953년 창업 당시에는 식칼 제조사가 아니라 농기구 제조사였다.
농기구 제조사는 농사를 지을 수 없는 겨울에는 거의 수입이 없어, 이 상황에 위기감을 느끼고 서양 식기의 생산을 시작했다.
지역의 특성과 농기구 제작의 지식을 살려 수요를 반영한 제품을 만들자, 과도 같은 칼류의 수요가 확대되던 시대적 배경도 힘을 보태 사업을 식칼 하나에 집중했다.
그리고 2004년 독일에서 열린 세계 최대 국제 박람회 ‘암비엔테’ 첫 출전을 계기로 인지도와 매출이 급격히 늘었다.
장인의 손으로 품질을 끝까지 고집한 식칼을 선보이자, ‘도지로’는 ‘TOJIRO’ 브랜드로 세계에 퍼져 나갔다.
이러한 배경도 있어 ‘도지로’는 지금도 해외 주문이 많고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도지로’는 식칼 제조를 일관되게 수행하는 몇 안 되는 업체로, 오래가는 절삭력과 튼튼하면서도 이가 잘 나가지 않는 높은 품질이 특징이다.
또한 1,000종 이상에 이르는 폭넓은 라인업과 세련된 디자인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3. 짓코 하모노
‘짓코 하모노’는 1900년에 오사카 사카이시에서 창업한 식칼 전문점 주식회사 짓코의 브랜드다.
사카이는 칼의 도시로 번성하며 오래전부터 대장장이 기술이 길러지고 발전해 왔고, ‘사카이 하모노’는 국가 지정 전통 공예품으로 지정되어 있다.
전통을 잇는 장인의 기술로 예리함에 공을 들인 식칼을 만드는 것이 짓코사의 강점이다.
현재까지 누적 100만 자루 이상의 식칼을 출하했으며, 특히 와쇼쿠 요리사에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이유는 수작업을 극한까지 추구한 제조가 ‘확실한 차이’를 만들어 내고, 세심한 유지 관리로 새 제품과 같은 품질을 오래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름 각인 서비스 제공도 ‘짓코 하모노’의 특징 중 하나다.
전문 장인이 칼몸에 이름을 새긴 세상에 단 하나뿐인 특별한 식칼은 선물로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4. 마사히로
‘마사히로’는 ‘세키노마고로쿠’와 같은 기후현 세키시에 거점을 둔 주식회사 마사히로의 브랜드다.
창업 초기부터 칼 제작에 매진해 온 이 회사는 70년 이상의 오랜 역사를 지닌 노포 식칼 제조사로, 자사 공장에서 일관 생산을 하고 있다.
굳이 디자인이나 유행을 좇지 않고 오래 사랑받는 식칼 만들기에 집중하는 점이 ‘마사히로’의 강점이다.
베테랑 장인들의 노하우가 한 자루의 식칼에 응축되어 있다.
칼 제작에 거는 마음과 기술로 뒷받침된 고품질 제품은 말 그대로 ‘진정한 가치’를 추구한 식칼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제조에 쓰는 재료는 모두 일본 내에서 조달하고 가공도 일본 국내에서 마무리하기 때문에, 문자 그대로 메이드 인 재팬 식칼이다.

5. 사카이 다카유키
‘사카이 다카유키’는 ‘짓코 하모노’와 같은 오사카부 사카이시에 거점을 둔 주식회사 아오키 하모노 세이사쿠쇼의 브랜드다.
창업자가 와가시 장인에게 가장 적합한 식칼을 판매하고 싶다는 바람으로, 사카이 우치하모노 도매상에서 시작된 역사를 지닌다.
OEM과 매입 판매를 거쳐 ‘사카이 다카유키’ 브랜드 창설에 이르렀다.
이처럼 이 회사도 전통 ‘사카이 하모노’의 계보를 잇고 있으며, 각 공정을 각각 전문 장인이 맡는 분업 체제를 갖춤으로써 세부까지 높은 품질을 실현한다.
고급 소재를 바탕으로 타협 없이 단련하고 연마한 식칼은 ‘와보초’의 최고봉이라 할 만한 고급감과 뛰어난 절삭력이 특징이다.
이가 잘 나가지 않고 숫돌에 갈기 쉬운 점도 매력으로, 전 세계 요리사들에게 애용되고 있다.

식칼을 공양할 수 있는 신사
일본에서는 애정을 가지고 사용한 물건에 감사하는 의미로 도구를 공양하는 문화가 예로부터 이어져 왔다.
물론 식칼도 대상에 포함되며, 식칼을 공양해 주는 신사가 각지에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지바현 미나미보소시에 있는 ‘다카베 신사’가 특히 유명하다.
일본 유일의 요리의 신 ‘이와카무쓰카리노미코토’ ※(존칭: 다카베신)를 주제신으로 모시고 있다.
‘다카베 신사’에서는 지금도 앞서 언급한 ‘호초시키’를 매년 5월·10월·11월 17일에 개최하며, 1,000년 이상 이어진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
요리사가 에보시·히타타레를 갖춰 입고 능숙한 식칼 솜씨를 선보이는 모습은 엄숙해 숨을 삼키게 하는 광경이다.
또한 매월 17일에는 ‘식칼 공양제’가 열리며, 요리 실력 향상 등을 기원하는 요리사와 관계자들이 참배하러 찾는 명소로도 잘 알려져 있다.

식칼에 관한 자주 묻는 질문
Q
와보초와 요보초의 차이는?
와보초는 외날에 꽂이식 손잡이, 요보초는 양날에 리벳 방식이라는 점이 큰 차이입니다.
Q
와보초로 인기 있는 브랜드는?
기사에서도 소개한 ‘세키노마고로쿠’, ‘도지로’, ‘짓코 하모노’는 특히 인기가 높고 유명한 브랜드입니다.
정리
일본의 식문화 변화와 발전에 맞춰 진화를 이룬 일본의 식칼.
관심이 있다면 일본 여행 때 와보초의 유명 브랜드 식칼을 보러 가 보자.
절삭력뿐 아니라 예술성을 느낄 수 있는 외관에도 분명 매료될 것이다.
마음에 드는 식칼이 있다면 기념품으로 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