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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풍 미크라가 지나간 뒤, 우리는 구마모토 아소의 유명한 다이칸보를 찾았습니다. 원래는 여행 책자에서 보던 드넓고 장엄한 아소 화산 외륜산 풍경을 한눈에 담을 기대를 했지만, 우리를 맞이한 것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짙은 안개였습니다. 구름과 안개가 얇은 비단처럼 산 전체를 감싸고, 눈앞의 풍경은 보일 듯 말 듯해서, 순간 이곳이 타이베이의 칭톈강인지 일본 구마모토의 다이칸보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하늘에서는 가느다란 이슬비가 내리고 있어, 우리는 주차장에서 전망대까지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웅장한 산맥과 초원을 볼 수는 없었지만, 대신 또 다른 고요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전망대에는 두 신상이 귀여운 쿠마몬 머플러를 두르고 있었는데, 마치 먼 길을 찾아온 여행자들을 조용히 지켜주는 듯했고, 비 내리는 여정에 따뜻함과 작은 놀라움을 더해 주었습니다.

    어쩌면 다이칸보의 가장 매력적인 점은 맑은 날의 탁 트인 전망만이 아니라, 날씨에 따라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는 데 있는지도 모릅니다. 짙은 안개와 이슬비, 산들바람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정취는 이번 여행에 예상치 못한 감동을 더해 주었고, 기억 속 가장 특별한 구마모토의 풍경으로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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